가짜 약이라는 것을 알렸는데도 기억력 향상이나 스트레스 감소에 효과

 플라세보 효과(위약 효과)란, 실제로는 생리학적 효과를 일으키지 않는 가짜 약을 처방받았음에도, 환자 본인이 그것을 진짜 약이라고 믿음으로써 어떤 개선이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연구에서는, 본인에게 “이 알약은 치료 효과가 없는 가짜 약이다”라고 분명히 알린 경우에도, 기억력 향상이나 스트레스 감소와 같은 이점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


신약의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시험에서는, 설탕 알약이나 생리식염수처럼 약효가 없는 위약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적인 임상시험에서는 한 그룹에는 효과를 확인하려는 약을 투여하고, 다른 그룹에는 위약을 투여. 이때 피험자에게 어떤 것이 투여되었는지는 알려주지 않으며, 위약을 받은 대조군에서 나타나는 플라세보 효과와 실제 약을 투여한 실험군의 효과를 비교했다.


오랫동안 플라세보 효과가 나타나려면 환자가 “나는 진짜 약을 먹었다”고 믿고 있어야 한다고 여겨져 왔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환자가 “나는 가짜 약을 복용했다”고 알고 있는 경우에도 플라세보 효과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는.



이처럼 환자에게 위약임을 명확히 알리고 투여하는 치료법은, “오픈 라벨 플라세보(Open-label placebo)”라고 불리고, 이 방법에서는 치료자가 약에 유효 성분이 없다는 점을 설명한 뒤, “약을 복용하는 행위 자체가 뇌에 영향을 주어 치유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플라세보 효과를 설명해, 환자가 심신의 연결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지금까지의 오픈 라벨 플라세보 연구는, 주로 만성 관절통이나 과민성 장 증후군 같은 특정 질환에 초점을 맞춰 왔으며, 노화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탈리아의 성심가톨릭대학교 연구팀은, 오픈 라벨 플라세보가 고령자의 기억력과 신체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연구팀은 65~90세의 건강한 고령자 90명을 모집해, 다음 세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했는데....


- 약을 전혀 복용하지 않는 그룹(대조군)

- 약효가 있는 약을 복용한다고 믿게 하는 그룹(맹검 플라세보군)

- 위약임을 밝히고, 플라세보 효과를 설명한 뒤 복용하게 하는 그룹(실험군)


피험자들은 3주 동안 약을 복용했고, 실험 전후로 설문과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설문에서는 스트레스, 주간 졸림, 삶의 만족도 등을 측정했고, 테스트에서는 기억력·주의력·신체 능력을 평가했는데, 그 결과, 오픈 라벨 플라세보를 복용한 실험군은, 다른 그룹보다 스트레스 수준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또한 단기 기억력 테스트에서도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맹검 플라세보군 역시 대조군보다 좋은 결과를 보였지만, 오픈 라벨 플라세보를 적용한 실험군이 더 큰 개선 효과를 보였는데, 이는 고령자가 플라세보 효과를 느끼기 위해 반드시 속일 필요는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심리학 매체 PsyPost는, “정직성과 과학적 설명을 통해 연구자와 피험자 간 신뢰가 더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참여자들이 실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태도가 더 강한 신체 반응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으며, 또한 투명한 설명은 환자에게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유망하지만, 피험자 수가 90명으로 적고 실험 기간이 3주로 짧다는 한계도 있는데, 연구팀은 향후 심박수, 뇌파, 스트레스 호르몬 등 생물학적 지표를 추적해 오픈 라벨 플라세보의 작용 메커니즘을 규명할 계획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오픈 라벨 플라세보는 고령자 의료에서 혁신적인 치료법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PsyPost는 “환자를 속이는 것은 의료의 투명성이라는 윤리에 반한다”며, “완전히 투명한 방식으로 환자의 정신적 힘을 활용하면 고령자의 신체적·정신적 자립성을 높일 수 있고,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며 부작용도 없는 치료법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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