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나 PC 등의 제조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iPhone·Mac·iPad의 수익률은 낮아지기 쉬워지기 때문에, 메모리 가격 급등은 Apple에게 큰 악재처럼 보이지만, Apple 전문 분석 기업 Asymco는 2026년의 ‘메모리 패닉’이 오히려 Apple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
핵심은 Apple이 단순히 “메모리를 구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수억 대 규모의 제품을 장기 계획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점으로, Apple 제품은 iPhone뿐 아니라 Mac, iPad, Apple Watch, Vision Pro 등도 모두 메모리를 필요로 한다. 수억 대 규모의 제품을 판매하는 Apple은, 부품 제조사 입장에서 매우 큰 고객이며, 부품 업체들은 Apple 공급을 전제로 생산 계획을 세우거나 설비 투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반도체와 메모리는 갑자기 주문한다고 다음 달에 대량 공급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고, 공장 생산능력, 원자재, 장비, 자금, 인력 등을 수년 전부터 조정해야 한다. 따라서, Apple처럼 장기적으로 대량 구매를 해주는 고객은 메모리 제조사 입장에서 “가격 협상에서 강하게 밀어붙이기 어려운 상대”가 된다.
Asymco에 따르면, 현재 크게 주목받고 있는 메모리 가격 급등은 주로 “갑자기 추가로 필요해진 물량”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하는데... 즉, 기존에 계약된 기본 공급분이 아니라, “다음 달에 메모리를 추가로 더 달라”는 식의 단기 수요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기본 공급’과 ‘추가 공급’의 차이로, 기본 공급은 Apple 같은 대형 고객이 장기 계약과 장기 계획을 바탕으로 확보한 물량. 반면 추가 공급은 수요가 갑자기 늘어난 기업들이 시장에서 급하게 확보하는 물량에 가깝고, 메모리 부족 상황에서 가격이 크게 뛰는 것은 후자인 추가 공급이다.
Apple은 주로 기본 공급을 협상하는 기업인데... 즉, 단기적으로 폭등한 시장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매달 현물처럼 메모리를 구매하는 입장이 아니다. 물론 메모리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면, 결국 기본 공급 가격에도 영향이 간다. 메모리 업체들도 “2년 후 계약이라도 다른 기업에서 높은 수요가 예상되면 가격을 올리고 싶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pple에는 또 다른 협상 카드가 있다. Apple은 메모리 제조사에 “지금만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면, 시장이 안정된 뒤 Apple과의 거래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신호를 줄 수 있고, 반도체 시장은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기 때문에, 메모리 업체들도 현재의 고가격 상황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즉, 메모리 제조사 입장에서는 단기 고가 판매 이익과 Apple이라는 초대형 고객과의 장기 거래 이익을 비교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보면 메모리 업체가 우위처럼 보이지만, 수년 단위로 보면 Apple의 구매력과 지속 발주 능력이 강력한 무기가 되는 구조이다.
게다가 메모리 부족은 Apple보다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데, Apple 수준의 구매 규모나 자금력이 없는 제조사들은 필요한 메모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거나, 폭등한 가격으로 구매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제조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Apple은 경쟁사보다 훨씬 큰 자금력을 활용해, 메모리 공급을 확보할 수 있고, 설령 Apple의 수익률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더라도, 경쟁사들이 더 큰 타격을 입는다면 시장점유율 측면에서는 Apple이 오히려 유리해진다. Asymco는 Apple이 메모리를 대량 선점함으로써 경쟁사들이 필요한 메모리를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 경우 Apple은 수익률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반면, 경쟁사들은 메모리 부족과 원가 상승 때문에 제품 가격 인상, 수익 감소, 출하량 축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수 있다. Apple 입장에서는 부품 가격 상승이 단순한 비용 증가가 아니라, 경쟁사를 약화시키는 환경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Asymco는 Apple의 매출총이익률이 49%에서 45%로 떨어지더라도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있고, 45%라는 수치는 과거 Apple 기준으로도 극단적으로 낮은 수준은 아니며, 오히려 경쟁사들이 같은 상황을 버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
또한, Apple이 향후 저가형 iPhone 전략으로 공세에 나설 가능성도 언급했는데, 만약 Apple이 현재의 고성능 iPhone에 가까운 경험을 499달러 수준 제품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이미 800달러급 스마트폰에서도 충분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경쟁사들에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저가 전략은 Asymco의 추측이며, Apple이 공식 발표한 계획은 아니다.
Apple은 과거에도 대량 조달과 공급망 장악력을 이용해 경쟁 우위를 구축해왔으며, iPod 시대에는 소형 하드디스크 공급망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고, Mac의 알루미늄 바디 생산에서도 가공 장비를 대량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메모리 가격 급등 상황에서도, 비슷하게 공급망을 선점하는 능력이 Apple의 강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메모리 가격 급등은, Apple의 제조원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Apple의 규모·자금력·장기계약·공급망 관리 능력을 더욱 부각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중소 제조사들에게는 “너무 비싸서 못 산다”는 문제가 되지만, Apple에게는 “경쟁사보다 먼저 확보한다”, “일시적인 수익률 하락을 감수하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한다”는 전략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
즉, 메모리 가격 급등은 단기적으로는 Apple 수익률에 부담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Apple보다 규모와 자금력이 부족한 경쟁사들이 더 큰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메모리 패닉’은 Apple에게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공급망 장악력을 통해 시장점유율 확대 기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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