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사냥, 여성은 채집이라는 오랜 정설은 잘못되었다?

 전 세계 수십 개 수렵채집 사회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들 사회의 최소 79%에서 여성이 수렵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하는데, 그동안 "남자는 사냥, 여자는 채집"이라는 정설이 널리 자리 잡았으나, 이를 뒤집는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미국 시애틀 퍼시픽 대학의 애비게일 앤더슨 씨 등이 수행한 것으로 『PLOS ONE』(2023/06/28)에 논문이 실렸다.



■  남성은 수렵, 여성이 채집이라는 정설에 의문을 제기


수렵채집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남자가 동물을 사냥하고, 여자는 식물을 채집했다고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와 선사시대 고고학적 증거가 많이 나오면서, 이 정설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커뮤니티에서 여성들이 대형 동물을 사냥하는 도구와 함께 매장되어 있는 것이 발견되고 있다고 하는데, 사냥꾼으로서의 여성의 역할은, 과거에 한정돼 있고 근대사회에서는 남자는 사냥, 여자는 채집이라는 생각을 따른다는 연구자도 있다.



■ 수렵 채집 사회의 79퍼센트에서 여성들이 사냥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 시애틀 퍼시픽대 애비게일 앤더슨 씨 등 연구팀은, 지난 100년간 공개된 수십 개 학술논문의 데이터를 분석해, 세계 63개 수렵채집사회와 북미, 아프리카, 호주, 아시아, 기타 오세아니아 지역 등의 여성 사냥꾼 매장을 포함한 정보를 모두 분석해 봤다.


그 결과, 조사 대상 채집 사회의 79%에서 여성이 수렵에 참여했으며, 그 지위는 어머니가 된 뒤에도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여성 사냥의 70% 이상은, 다른 활동 중 우연히 동물을 만나 죽인 것과 같은 기회적인 사냥이 아니라, 모든 크기의 사냥감을 의도적으로 노리고 사냥하는 것이었다.


새나 토끼 같은 작은 동물뿐만 아니라, 사슴이나 고라니 대형 동물을 타깃으로 한 적이 많았던 것이다.


분석을 통해,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사냥 지도에도 관여하고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며 사냥 전략을 채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는데, 여기서 많은 수렵채집 사회에서 여성은, 숙련된 사냥꾼이며 실전적인 사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음을 알 수 있다.


수렵채집 사회에서 성차의 역할에 대해, 오랫동안 믿어왔던 고정관념에 대한 생각이 뒤집힌 셈이다.



■ 왜 남성은 사냥, 여성은 채집이라는 설이 퍼졌을까?


그렇다면 왜 "남성은 사냥, 여성은 채집"이라는 역할 분담 정설이 퍼졌을까?


연구 공저자인 시애틀 퍼시픽대 교수이자 생물학 공동교수인 칼라 월 셰플러에 따르면, 과거에 나온 두 권의 책이 이 고정 개념을 심어주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민족학자들의 심포지엄을 바탕으로 한 "Man the Hunter(1968년Aldine 출간)"와 그 15년 뒤 출간된 "Woman the Gather"(1983년, Yale University Press)라고 한다.


"만약 동물을 사냥하는 것이 공동체에 식량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여성이라고 해서 그것을 무시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이런 엄격한 노동분담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월 셰플러는 말한다.


연구 저자들은, 이 같은 고정관념이 그동안 고고학 연구에 영향을 미쳤다며, 예를 들어 여성과 함께 매장돼 있던 도구를 사냥에 사용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으려는 연구자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증거의 재평가를 요구해, 향후 연구에서 남자는 사냥, 여자는 채집이라고 하는 잘못된 생각에 주의하도록 호소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발견된 증거는, 대다수 문화사회에서 여성들이 살기 위해 목적을 갖고 사냥에 참여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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